장류현 한민고 2학년
군인 자녀 학교인 한민고등학교는 매주 학교 강당에서 시간을 달리해 세 종교가 함께 종교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전국에서 경기도 파주로 왔고,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개교 초부터 학생들이 집에 한 달에 한 번 가도록 하는 방침을 세우는 대신 종교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목사님·신부님·법사님을 초청해 종교활동을 하도록 했다. 전교생 1000명 중 기독교 200명, 천주교 150명, 불교 50명으로 약 40%의 학생이 종교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 중 나를 포함한 군 자녀 학생들은 부모님의 잦은 전근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여러 곳 다닐 수밖에 없었다. 몇몇 친구들은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시간이,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더 길었다고 한다. 잦은 전학으로 친구와 오랜 기간 사귈 수 없었고, 안정적인 학업을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한민고에서는 안정적인 학습은 가능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있기에 자신만의 평안함을 찾기 위해 종교활동이 더욱 활성화된 것 같다.
한민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택해 입학했지만, 부모님 도움 없이 학교에서 지내며 혼자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학업, 친구들과의 문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자신의 마음은 어떤지 등 삶의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막막하기만 하다.
어려운 삶의 과정에서 종교활동은 우리에게 더위를 식히는 소나기 같이 잠시나마 일상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종교활동에서 나와 남을 이해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더욱 끈끈하고 편안한 관계를 쌓고 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서로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돼 있었다. 또 지금까지 내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은혜이고, 선생님들의 은혜임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학교가 공부만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님을 이러한 종교활동에서 깨달았다. 학생끼리 서로 배워가기도 하지만, 종교활동에 도움을 주시는 어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 학생들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헌신·봉사하는 성직자들, 사비를 털어 간식을 제공하는 후원자들,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선생님들, 이름도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뒤에서 힘써주는 선배들을 보면서 삭막한 이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배워 감사하다.
한민고 표어인 ‘For Hanmin, for country, for others, not for self’처럼 종교활동에서 여러 사람들의 헌신 속에 이뤄지는 한민고 교육을 통해 마치 촛불이 자신을 태워 어두운 방을 밝히듯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받은 사랑을 나누는 멋진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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